배우 윤정희 사망에 부쳐

2023년 1월 16일 이탈리아의 세계적 여자배우였던 Gina Lollobrigida가 95세의 나이로 별세하였다. 194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Rock Hudson, Yul Brynner, Anthony Quinn, Sean Connery, Humphrey Bogart 등 세계적인 배우들과 공연하며 골든 글로브 상까지 수상한 이탈리아인들의 큰 사랑을 받던 국민배우였다. 90년대 말까지도 간간히 활동을 하였고 2022년까지도 여러 영화제에서 경력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 여배우의 장례식은 이탈리아 신문에 대서특필되었고 1월 19일에는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 1에서 그녀의 장례식 예배를 생중계하였다.
이탈리아에 살면서 배우, 가수 등 연예인에 대한 이러한 예우를 처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이러한 사람들도 예술인 (artista)이라 칭하며 그들의 업적을 기리는 것을 보면 역시 진정 문화를 사랑하는 문화의 강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교롭게도 1월 19일 파리에서 우리나라 한때 국민배우였던 윤정희 여사가 별세하였다. 이 분도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6, 70년대를 대표하는 배우였으며 그 이후에도 더욱 원숙한 연기로 만무망(1994년)과 시(2010년)로 수 많은 상과 국제적 명성도 얻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분에 대한 부고소식이TV 뉴스에도 나왔지만 할당시간이 너무도 적은 것 같아 아쉬웠다. 더구나 가족간에 얽힌 법정공방에 대한 것을 크게 부각하였기에 이 분이 그간 한국문화에 기여한 공로를 기억하는 추모식 내지 추모정신은 아예 뒷전으로 밀린 것 같아 더욱 아쉬웠다. 아마도 이 정도의 기사로 나온 것도 윤정희 여사의 남편이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한국사회의 참으로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것이 이 연예인들에게는 정치인과 법조인을 향한 도덕적 잣대보다 더욱 높고 가혹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실상 연예인들을 예술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흔히 대중문화라고 부르는 K-pop, K-drama및 한국영화가 한류현상을 일으켜 2019년 이후 세계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수십 년간 피와 땀으로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정부의 문화부흥정책은 시대에 맞는 좋은 정책임을 부인하지 않지만, 결국 오늘날의 이런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은 민간 당사자들이었다.
빌보드까지 석권하며 K-pop을 세계에 알리고, 관광산업과 한국문화전파에 크게 기여한 BTS는 대중가수라, 이름도 모르는 국제음악콩쿨에서 수상한 클래식 예술인들도 받는 병역혜택을 받지 못하는 나라라는 것이 슬프기까지 하다.
정부와 관료들이 대중문화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룩한 예술적 업적에 기회주의적 편승만 하지 말고 보다 나은 정책으로 이들의 뒤를 밀어주며 이들의 공적을 대중적으로 인정해 준다면 아직 나오지 못한 우리나라 문화의 “끼”가 더욱 성장하리라 생각하며 대중문화를 보는 국민의 시선과 언론의 관심도 보다 성숙할 것이라 믿는다.

2023.01. 조 민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