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마스크 착용하다

오늘 아침 길가로 내려서기 전에 자건거를 점검하고 있던 중 마스크가 저절로 흘러내렸다.  아마도 마스크 끈이 늘어난 모양이었다.  일단 자건거 점검을 빨리 끝내려고 마스크를 주머니 집어넣었다.  그때 마침 내 옆을 지나치던 한 사람이 나에게 마스크를 쓰는 게 좋겠다고 했다. 곱지 않은 목소리로.

1987년 1월 15일 북부이태리지역에 정말 어마어마한 눈이 내렸다. 그 당시 난 감기 기운이 있었다. 습관대로 한국에서 하듯이 마스크를 쓰고 외출했다.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걸어가는 나를 본 이태리 아주머니들이 큰소리로 “Mamma mia! (이게 웬일이니!) 라며 수군댔다. 그 아주머니들은 내가 마치 은행을 털러 가는 범죄자로 여기는 듯했다.  버스에 올라탔을 때 나는 마스크를 벗어야만 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그 곱지 않은 시선들을.

그렇게 이태리에서 나의 첫 겨울을 보냈다.

그 이후 나는 다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2020년 3월까지는.

2020. 12.                                                                     조민상